"나는 바보야."



자조(自嘲)적이면서 자조(自照)적인 의도로 ‘나는 찌찔이’ 란 글을 짧막히 쓰다 문뜩 떠오른 한 마디. ‘나는 바보야.’ 떠오른 말을 하셨던 건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한문 선생님이다. 한문 수업이 주 한 시간이었는지, 두 시간이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, 담당 선생님께서 하셨던 그 말씀은 아직도 기억의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.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, 쉬는 시간도 아닌, 수업시간 중 학생들 앞에서 그 말을 하셨거니와 그 분께선 평소 열성적으로 수업에 임하셨기에 더욱 그러하다.

“나는 바보야.”

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, 어떤  녀석이

“야, 선생님 바보래~”

하고 눈치없이 말했는데, 선생님께선 그 말을 들으시고도

“그래, 난 바보지.”

하고 말씀하셨다.

당시엔 ‘많이 배우고 알고 있으신데도,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깍아 내리신건가?’ 하고 생각했지만,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나니 다른 생각이 든다. 당시엔 ‘한문’ 과목은 수능에 포함되지 않았고 내신 성적의 대학 반영 비율도 높지 않았다. 때문에 한문 수업을 비롯한 비수능 과목의 경우, 해당과목을 자율학습으로 대체했고, 담당 선생님들께서는 각 반에 오셔서 공부 분위기만 조성하셨다. 내가 다닌 학교에선 2학기 중반쯤부터 한문 시간에 자율학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, 선생님의 그 말씀은 아마도 그 자율학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.

그 선생님께서도 20대 학창시절 ‘선생님’이라는 목표를 두고, 누구에 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 하신 후, 4년의 정규과정을 마치고 그 어렵디 어려운 국가시험을 치뤄 1급 또는 2급 자격증을 취하는 희락을 맛 보셨을 게다. 선생님이 되신 후에도 학생들을 맞대며, 교육안을 짜시고, 수업에 임하느라 학교 생활 하루하루가 바쁘고 즐거웠을 게다. 하지만 40대의 나이로, 2학기 중반인 한 해의 가을을 맞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셨을까. 가르치고 싶어도 교단에 서 있을 뿐일 그 상황을, 하고픈 말씀도 체 하지 못 하는 그 상황을, 학생들의 눈은 자신이 아닌 문제집을 향해 있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. 물론 그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으셨겠지만, 매 년 수능 성적 발표와 함께 ‘XX대 몇 명 합격, YY대 몇 명 합격’ 같은 숫자놀이에 교장 혹은 교감 선생님의, 수많은 학부모의 눈초리를 어찌 신경 쓰지 않으실 수 있을까.

차가운 교실 창틀에 기대어, 갈색빛 운동장을 바라보시던 선생님의 옆모습이 떠오른다.

 



10/25, 2007 | 떨거지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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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"나는 바보야."”에 달린 하나의 댓글.

  1. 수수나 님의 댓글, 09월 7일, 2008 4:44 pm 인용하기

    모든 케릭 얻는 버그를 알아냈습니다.
    우선ctrl+c로 이글을 복사시킨다음 다른곳에 5번 올리며(각기다른곳에)
    레벨이 올라있고 라이언2차전직하고 다른케릭 모두 3차 된 케릭이
    들어와있어요.저도받았어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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