너의 목소리
헤헤 안녕?
이 글을 쓰려니, 기분이 묘해.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제대로 떠오를 뿐, 하고픈 말이 마음 속에서 이 얘기, 저 얘기 한꺼번에 제 목소리를 내는 통에, 얽히고설킨 실타래마냥 글로 풀어내기 쉽지가 않아. 한 음절, 한 어절, 한 문장을 써 내려가는 사이마다,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 문서작성기의 커서는 한-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하염없이 깜박이고 있는 걸.
몇 일전에 우리, 간만의 통화를 나눴지. 7주 만의 통화였어. 헤… 사귄지 100일, 200일도 세지 않던 내가 이런 기간도 세어보게 돼. 기쁨에 설레며 네가 세었던 날짜를 쓴 웃음 지으며 세는구나.
그날 밤 늦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거친 핸드폰 울음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아직도 외우고 있는 네 전화번호가 찍혀 있더라.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에 황급히 전화를 받았지. 그러자 들려 나온 너의 목소리. ‘쿵! 쾅! 쿵! 쾅!’ 단순히 너의 인사말을 받았을 뿐인데, 어찌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. ‘두근두근’ 이 아니라 정말로 ‘쿵쾅쿵쾅’ 하고 뛰었지. 너를 곁에 두고 있던 예전의 나였다면, 네 작은 손을 쥐어, 격렬히 뛰는 내 심장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을테지. 다른 누구도 아닌 너를 향해 이 내 가슴이 이렇게 요동치고 있다고 말야.
술에 취한 너는 행복했던 우리의 지난 기억을 꺼내 들었지. 너의 목소리에, 너와의 인연을 맺게 해줬던 그날 밤 학생들로 붐비었던 건널목과 수줍어 차마 너를 쳐다보지 못하고 바라봤던 신호등 불빛이 떠올랐어. 짧은 얘깃거리 하나하나에, 3년간 차곡히 쌓아 두었던 소소한 추억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. 그 통화 속에는 ‘우리’가 있었어. 예전의 우리로 돌아간 듯한 대화 속에 나는 아이 처럼 들떴어. “술 좀 자주 마셔” 라고 반복해서 말했던 건, 그런 마음이었어. 사정상 아쉬운 통화를 끝냈지만, 내 심장은 여전히 뛰었지.
그 미련한 심장을 안고선, 다음날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지. 하지만 그 곳엔 연인이 되었던 그날의 네가 아닌, 헤어졌던 그날의 네가 있었어. 그 속엔 ‘우리’가 없었지. ‘너’와 ‘내’가 있을 뿐이였어. 지금은 알고 있을까? 네가 꽤 취했을 땐, 마음 속 깊이 가둬뒀던 쓰라린 기억과 감정을 진심어리게 토하곤 했어. 때론 그 억눌린 기억 속의 말들이 소스라치게 놀랍고, 다시 꺼내기 무서울 정도라 술에서 깬 너에게 다시 말하진 않았어. 너를 무참히 짓밟았던 말을 내 입에서 뱉어낸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어.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술에 취한 너의 말은 진심이였기에, 전 날 통화했던 너도, 진심의 너라고 생각하고 말았나 봐. 이미 지금의 너는 내 기억 속의 네가 아닌데.
살갗이 뜯어질 듯 차가운 너의 목소리에 내 심장은 터져버렸지. 헤어졌던 그 날과 9주전의 충격적인 통화 기억이 빌어먹게도 다시 살아나더라. 죽이고픈 그 기억에, 돌아오지 않을 거라면 술에 취해도 내게 전화하지 말란 얘길 너에게 해버렸지. 곧 이은 ‘미안’이란 너의 대답 속에 나는 또 길을 잃었어. 행복했던 시절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, 주먹을 불끈 쥐고서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, 새벽이 되도 오지 않는 잠에 2년이 넘도록 마시지 않았던 술과 함께 잠을 청해.
현실의 너는 나를 놓았건만, 내 기억 속의 너는 왜 아직도 나를 놓지 못하는 걸까.
그 간의 나는, 너를 지운 것이 아니라 지운 척하고 있었던 걸까.
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발악이 내게 더 필요한 걸까.
너는 읽지도 못 할, 이 글을 쓰며…
10/25, 2007 | 땅 꺼지겠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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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너의 목소리”에 달린 2개의 댓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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….
고마워